와인셀러를 처음 들인 건 3년 전 겨울이었다. 그전까지는 베란다 한쪽에 와인을 세워두고 있었는데, 여름만 지나면 코르크가 마르고 라벨이 들뜨는 게 눈에 보였다. 한 병은 아예 마개가 툭 빠져서 속이 상했다. 그때 알게 된 게 습도 6575라는 숫자였다. 너무 건조하면 코르크가 수축하고, 너무 습하면 라벨에 곰팡이가 핀다. 결국 이 숫자 하나 맞추려고 셀러를 산 셈이다.
내가 쓰는 건 40병짜리 컴프레서 방식이고, 구매가는 80만 원대였다. 펠티에 방식은 저렴하지만 여름철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온도를 못 잡는다는 얘기가 많아서 뺐다. 진동도 무시할 수 없다. 컴프레서가 돌아가면 미세하게 흔들리는데, 장기 숙성용 와인은 이 진동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마시려고 아껴둔 병들은 위쪽 선반에, 5년 이상 묵힐 것들은 아래쪽에 따로 둔다. 어두운 유리문이라 직사광선도 막아준다. 이건 꽤 중요하다. 소테른처럼 빛에 예민한 와인은 형광등만 쬐어도 맛이 변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기요금은 한 달에 4천 원 정도 더 나온다. 3년 치면 15만 원쯤. 이 돈 아끼려다 와인 몇 병 버리는 걸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 다만 셀러를 놓는 위치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벽에서 10cm는 띄워야 하고, 창문 옆이나 가스레인지 근처는 피해야 한다. 나는 처음에 주방 한쪽에 뒀다가 온도가 계속 흔들려서 현관 창고로 옮겼다. 옮기고 나니 온도 편차가 2도 안으로 줄었다.
관리도 은근 손이 간다. 3개월에 한 번은 문 열어두고 환기시키고, 와인셀러물받이에 고인 물은와인냉장고 버린다. 선반은 마른 걸레로만 닦는다. 세제 냄새가 배면 와인에 옮겨 붙는다. 와인을 꺼낼 때도 병목만 잡고 조심히 든다. 흔들면 침전물이 다시 뜬다. 이 정도만 지켜도 3년 묵힌 병이 개봉했을 때 처음 샀을 때와 거의 같은 상태로 나온다. 물론 7천만 원짜리 헬렌 몬테풀치아노 같은 건 나 같은 사람이 셀러에 넣을 일이 없겠지만, 그런 와인을 다루는 셀러일수록 빛과 진동을 얼마나 철저히 막는지 보면 방향은 같다.
결국 셀러는 비싼 가구가 아니라 온도계와 습도계를 대신 붙들어주는 상자다. 숫자 몇 개만 맞춰도 3년 뒤 병 상태가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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