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셀러를 사야 하나 고민만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산 와인은 다 어디로 갔냐면, 그냥 냉장고 야채칸 옆에서 버티고 있어요. 처음엔 이게 맞나 싶었는데, 와인을 꽤 여러 병 이렇게 보관해보니 나름의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와인 보관의 핵심은 온도와 빛, 그리고 진동이라고들 하죠. 실제로 직사광선이 드는 창가에 두면 몇 달 만에 맛이 확 변합니다. 저도 한 번은 선반 위에 세워둔 레드가 일주일 만에 알코올 냄새만 확 올라와서 김빠진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냉장고 안이라도 빛이 안 드는 가장 안쪽, 온도가 일정한 위치를 찾아 넣습니다. 습도는 6575 정도가 좋다고 하는데, 냉장고는 좀 건조한 편이라 코르크 마개가 마르지 않게 눕혀서 보관하는 게 낫더군요.
꺼낼 때가 진짜 중요합니다. 냉장고에서 바로 따면 향이 거의 안 올라와요. 저는 마시기 두세 시간 전에 꺼내서 실온에 두었다가 잔에 따릅니다. 이 습관 하나 바꿨더니 같은 와인인데도 아로마가 훨씬 풍부하게 느껴졌어요. 특히 소테른 같은 단 와인은 빛과 열에 예민해서, 냉장고라도 문 쪽보다는 안쪽 깊숙한 곳에 넣어두는 게 안전합니다.
요즘 눈여겨보는 건 작은 와인 진열장 겸 셀러인데, 매장에서 보니 크기가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옆에 하나 더 놓을 자리가 나올 정도면 집에서도 충분히 쓸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은 아니어도, 병 수가 열 개를 넘어가면 그와인셀러때는 진지하게 들여와인냉장고야겠다는 게 결론 아닌 결론입니다. 냉장고 보관도 나쁘지 않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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