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인촌 장관의 두 번째 캐스팅, 또 다른 명연기를 기대하며
- 등록일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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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윤희종 홍보팀장
‘구관이 명관이다’ 어떤 직책에 있던 옛 인물이 현재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나을 때 쓰는 속담이다. 사자성어로는 '구관명관(舊官名官)'. 현대에는 '옛것이 더 좋다'는 관용적인 의미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어느 정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누적된 보편적 진리에 가깝기 때문에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회분야에서 변화가 가속화되다보니 노장의 노련함 보다 젊은 패기의 우월함을 강조하면서 빠른 세대교체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고전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글이 많다.
<한비자>에 실려 있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다.
어느 해 봄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명재상 관중(管仲)과 대부(大夫)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전쟁을 끝낸 군대가 귀국길 산 속에서 지름길을 찾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관중이 “이럴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며 즉시 늙은 말 한마리를 풀어 놓았다.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돼 큰길이 나타났고 군대는 곤경을 벗어났다.
또 얼마 후 산길을 행군하다가 이번에는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했다. “흙이 한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 속 일곱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 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한비자는 이 고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과 습붕처럼 지혜롭고 총명한 자들도 자신이 모르는 것은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어리석어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한비자는 성현의 지혜에 대해 말했지만, 소위 젊은 지식인들이 나이든 선배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경륜으로부터 배우려하지 않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소학>에는 “선배가 하는 일은 치밀하여 빠진 데가 없고, 후배가 하는 일은 빠뜨리는 것이 많아 엉성하다”라고 실려 있다. 후배가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경험이 주는 역량을 갖출 수는 없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한번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냈던 유인촌 문화체육특보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한번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임명됐다.
그야말로 구관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장관 시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음원(音源)저작권 정리, 하드웨어적으로는 올림픽홀을 건립했다. 국립박물관 입구에 한글박물관을 만들었고 광화문 한복판 문화체육부 자리를 한국근현대사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또 유인촌 장관 취임 초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저작권 우선감시 대상국’이었다.
그는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는 마음에 법 제정 노력을 시작했는데 ‘우리가 해외에 줘야 하는 돈이 받아야 할 돈보다 엄청나게 많은 평생 밑지는 장사다’라는 식의 공격이 사방에서 끊이질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뚝심있게 밀어붙여 소신대로 법을 개정했고 지금은 우리가 해외에 주는 돈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 전 세계적인 K-POP 광풍의 밑거름 역할을 한 것이다.
지금은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것까지 전국에서 집계가 되고 백화점에서 음악 트는 것도 다 비용을 지불하고 히트곡 한 곡이면 평생이 보장되기 때문에 창작욕구를 자극해 문화콘텐츠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한편 지난 2008년 유인촌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골프 관광으로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 골프장 세금을 내리고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화끈하게 할 것'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었지만 미완성의 상태로 장관직을 떠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아직 미완의 단계에 있다. 14년 전의 골프장 업계의 상황과 지금은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반드시 해결해나아가야 할 골프장 중과세 문제는 당시와 다를 바 없다.
화끈한 골프장 세금 조정을 통해 외화유출을 막겠다던 장관의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워 미완성 작품을 완성해 줄 것으로 골프업계는 기대와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유인촌 장관은 연극무대에서 <햄릿>만 여섯 번을 했다. 햄릿을 공연할 때마다 유인촌 장관은 해석을 달리해서 인물을 창조했다. 지식인의 고뇌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사전모의를 하는 행동파로 그려 보기도 하고, 어머니를 연모하는 한편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숙부’와 연적으로 맞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화신으로 그리기도 했다. 극단 자유에서 공연할 때는 한복 입고 나가서 전통가락에 맞춰 춤도 추었다.
12년 만에 다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라는 같은 배역을 맡게된 유인촌 장관은 연극무대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팔색조 연기처럼 이명박 정부 때와는 또 달라진 현 문화체육계는 물론 특히 우리 골프업계의 현실에 걸맞는 명연기를 펼쳐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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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06085